알고 있다. 기승전결도, 뭔가 명확한 메세지도 없는데다 이야기를 풀어내는 능력도 부족한 것.
그래도 마음 한 구석에서는 기대하고 있었다.
아마추어를 위한 곳이니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라며.
보기좋게 바로 탈락. 하지만 괜찮다. 어쨌든 도전했다는 증거이고, 언젠가 승인되어 작가라는 타이틀을 얻게 되었을 때 기쁨이 더욱 클테니.

회사는 여전히 가는 눈으로 모든 걸 보게 만드는 사람들과 환경이고, 곧 벗어나고야 말겠다는 다짐을 하루에도 몇 번씩 한다.
이런저런 방도를 생각하며 손 안의 핸드폰으로 정보를 찾으려 애쓰지만 결국 마주치는 건 여기가 그래도 고만고만하게 다닐만 한 곳이지 않니? 라는 스스로의 물음.
내가 살아온 과거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지금 내가 하는 선택들이 미래의 나를 만들텐데.
나는 먼 훗날 스스로의 선택과 발자취를 여러번 곱씹으며 다른 선택은 없었을까?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까? 와 같은
의미없고 씁쓸한 질문을 또 스스로에게 던지게 되는 것은 아닌지. 조금 두렵다.


그만두는 것은 포기가 아니라 다음으로 넘어간다는 뜻이다.
뭔가가 당신을 수긍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당신이 뭔가에 수긍할 수 없어 방향을 바꾸는 것이다.
불평불만이 아니라 긍정적인 선택이고, 인생 여정의 종착역이 아니라 더 나은 방향으로 가는 걸음이다.
직장이든 습관이든 그만둔다는 것은 꿈을 향한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아름다운 선회다.
- 피코 아이어 (Pico Iyer)

5개월 동안 놀다가 2월부터 다시 직장인이 되었다. 노는 동안 느낀 건 '역시, 노는 건 정말 좋다~' 였지만 통장 잔고가 줄어드는 걸 보며 내 기쁨도 같이 줄어들었다.

그래서, 다시 그 길을 가기로 했다. 그렇게 싫다던 직장인의 길을.

예상하셨듯 또다시 탈출을 꿈꾼다. 이 정도면 나는 직장이랑 안 맞는 사람이라는 타이틀, 가져도 되지 않을까? 예전처럼 우울함을 주체하지 못해 매일이 괴로운 시기는 오지 않았다. (아직은). 그래서 그 날을 기다리며(?) 간보는 중이다. 너무나 소중한 나를 그런 구렁텅이에 밀어넣는 게 싫지만 위험한 순간이 온다면 늦기 전에 스스로를 구해낼 자신을 아니까.

하지만 기분이 썩 좋지 않다. 이 기간에 준비를 잘 해야 같은 일을 더는 반복하지 않을텐데 지금의 나는 예전과 많이 다르지 않다. 그냥, 나이를 조금 더 먹은만큼 적응이 살짝 빨라졌고 남의 눈을 덜 신경쓰며 저금을 착실하게 한다.

나는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어떤 형태든 창작을 해서. 누군가는 코웃음을 칠 것이고 누군가는 대단하다고 말해주겠지. 그걸 경험해보는 것만으로도 내 인생이 지금보다 조금은 행복할 거라는 걸 직감적으로 느끼기 때문에, 목적지는 모르지만 일단 이쪽으로 가보자~ 라는 느낌으로다가 결정.

어그로 제목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딱 있는 그대로 쓴 제목이다.
8월에 퇴사한 후 그렇게 소망하던 백수의 삶을 마음껏 즐겼다. 집순이답게 어디 여러 곳을 다니지는 않았지만 (코로나 때문이기도 하고) 행복한 5개월 가량을 지냈다.
문제는 돈. 항상 얘가 문제다. 아껴쓴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돈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 안그래도 적은 액수가 시간이 갈수록 훅훅 줄어가니 행복한 와중에도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그래서, 다시 취업을 했다.

퇴사할 당시에는 인터넷 쇼핑몰, 스마트스토어 뿐만 아니라 쇼피에서 동남아 쪽으로 우리나라 물건을 파는 걸 계획했었다. 사업자도 내고 스토어도 오픈했고 쇼피는 신규셀러 교육도 참여했다. 하지만 그 무엇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물건은 업로드 했지만 팔릴만 한 물건이 아니었고, 뭐가 문제인지 파악하려고 노력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판매실적은 0.
궁극적인 목표는 디지털 판매이지만 무조건 실제 쇼핑몰을 운영해봐야 한다는 이상한 강박을 가졌던 거 같은데 진로변경이다. 망하든 성공하든 하고 싶은 거 하는 게 후회없겠다 싶다.
그 와중에 취업이 또 되었다. 이전 글에 잠시 나왔던 채용절차가 너어무나 늘어진다던 C회사. 파견업체로부터 제안받았을 때 회사명 앞에 대기업의 그것이 떡~ (삼성*** 마냥) 있어서 옴머? 라고 생각했었는데 역시… 그 대기업에서 분사되어 나온 곳으로 아직은 같은 건물 다른 층에 있지만 아예 다른기업이었다. 퇴사계획을 세우고는 있으나 이전에 구르던 곳이 워낙에 흙탕물에 빗물이어서 그런가 다닐만은 하다. 물~론 사람 스트레스도 있고 (이건 내가 인간관계에 능숙하지 못한 탓이 크다) 업무도 늘어나는데다 가장 큰 문제는 뭔가 똑 부러지는 맛이 1도 없는 시스템이 정말 사람을 돌아버리게 한다.

퇴사준비를 구체적으로 하기 시작하는 이유는 딱히 회사가 마음에 안들어서가 아니다. 이 정도의 강도라면 (두 달 동안 야근 1시간 이내로 딱 2번 함. 대신 근무 중에 노가리까거나 최대한 낭비 없이 쓰려고 노력중) 1년 채울 수 있을 것 같다. 근데.. 재계약이나 정규직 전환도 다들 잘 해온거 같은데 나는.. 회사가 원할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자신이 없다. 그냥 회사는 다니기 싫다. (떼쓰는 초딩같네 그려…)

제목은 거창하게 퇴사계획! 이라고 썼지만 사실 막막하다. 이번에도 꼴랑 얼마의 목돈을 모아 태국이든 다른 나라든 가면? 갔다 와서 마흔언저리가 되면 그땐 어쩔건가? 싶다가도 내가 쉰, 예순까지 산다는 보장도 없는데 마흔이라고 대수냐? 싶은 마음이 공존한다.
취업을 하니 엄마가 좋아하신다. 정규직으로 전환이 잘 되는 곳인것 같다고 하니 더 좋아하신다. 근데 회사는 다닐만하든 더러워서 못다니겠다는 생각이 들든 그냥 다니기 싫으니 이걸 우얄꼬. 나도 내가 걱정된다.

어디선가 본 일단 글을 써라. 납세하듯 꼬박꼬박 써라, 라는 말에 일기도 짧게 종종 쓰지만 꼭 글로 남기고 싶었다. 유명한 유튜버들 말처럼, 나의 찌질한 시기를 꼭 기록해두기로 결심했다. 미래의 내가 지금보다 덜 찌질할 것인지에 대한 확신은 없지만 최소한 내가 과거에, 그리고 지금 하고있는 그 어떤 선택도 후회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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